주말에 할 일 없이 티비를 돌리다가 <SBS 인기가요>를 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채널을 돌리는 데 타블로가 보여서 채널을 멈췄다. 그리고 새로 나온 음악을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걸 집중해서 보았고, 들었다. ‘헤픈 엔딩’이란 곡이었는데, 무대 위에서 그가 마치 ‘연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내가 변한 건지 그가 변한 건지) 아쉬웠다.
나는 타블로를 2006년 여름쯤에 방송국에서 본 적이 있다. 타블로와 조정린이 진행했던 라디오 ‘친한친구(친친)’에 내가 다니던 엔터테인먼트의 소속가수 앨범을 전해주러 가던 길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한물 간 아이돌 스타의 소속사에서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워낙 인력이 없어 영상만 만드는 게 아니라 직접 방송국을 돌며 앨범을 나눠주거나 홈페이지에 홍보하는 일을 했었다. 어쨌든 그때 타블로를 아주 가까이에서 봤다.
어떤 사람은 만나면 보통 시간이 멈춘 듯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 뚜렷한 아우라를 가지기도 한다. 타블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왜 나를 쳐다봤는지 모르겠지만 그와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되었다. 그 뒤로 타블로가 방송에 나오면 늘 채널을 멈춰 지켜본다. 왜소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강한 눈빛. 내가 다니던 소속사 연기자들과는 다른 눈빛이었기에 더 인상이 깊었다. (그 뒤로도 나는 유명 연예인들을 보았는데, 예를 들어 비, 김아중, 정우성 등 그중 내겐 타블로가 으뜸이었다)
타블로가 만든 노래의 가사는 시 같아서,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찾아 듣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가 만든 가사와 멜로디는 날 것의 어떤 ‘소울’이 담겨 있었다. 사실 그 소울이 뭔진 잘 모르지만 예전에 무대 위에서 ‘평화의 날’이나 ‘FLY’를 부르던 때와는 차이가 있다는 건 알겠다. 7집을 내기 전 그러니까 2010년에 나온 6집, 그리고 2011년에 타블로 혼자 낸 ‘열꽃’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딱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정말 내가 변한 건지, 그가 변한 건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새 음반을 들고 나온 것은 반갑다. 하루 아빠도 좋지만 가수 타블로도 많이 활동해주길.
RICH
- 에픽하이 <신발장> 중
새처럼 날고 싶던 그녀는
비행기 표를 샀지.
하늘과 바다를 손에 가득 담고 싶던 그는
큰 지구본을 샀지.
다 꿈에 가격표를 달지만
아무리 쓰고 써도 재고만 쌓이는 마음의 장바구니.
돈 꾸면서도 살 건 사는데
꿈꾸면서 사는 건 아까운지.
답을 찾지 where your pocket is.
Baby, you don’t even know what the problem is.
너의 버켓리스트는 쇼핑 리스트.
But the life you miss,
기억은 없어도 인증샷은 있어.
고픈 건 참아도 아픈 건 싫대.
그 배는 유행가처럼 쉽게 부르고 빨리 꺼지네.
I wish. I wish. I wish. I was rich.
Baby I wish. I wish. I wish. I was rich.
My Drive Rules Everything Around Me.
Dream.
내 친구는 꿈과 이상을 사고 팔고 재고 값 매기지.
통장 잔고는 휘청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아니 바이덴티티.
여권 도장 없이 패션은 New York and Paris.
인생이 화보.
모든 동네, 캠퍼스, 직장, 어디든.
금 캐러 다니는 young boys and golden ladies.
부럽지 뭐.
그저 부럽지 뭐.
내가 진 거지 뭐.
내가 진 거지 뭐.
난 주말에만 꿈을 꾸는 놈,
토요일만 되면 복권 한 장을 쥐며.
불금에도 숫자를 적고 계산하려고 줄 서 있네.
어릴 적 내가 본 낭만은 공장이었는데
이젠 널린 편의점이네.
I wish. I wish. I wish. I was rich.
걱정 없이 살고 싶어.
Baby I wish. I wish. I wish. I was rich.
사람 답게 살고 싶어.
버는 만큼
쓰는 만큼
Is you happy?
버는 만큼
쓰는 만큼
Are you happy?
‘Cause baby, I wish I was.
I wish. I wish I was rich.
Baby I wish. I wish I was rich.
Put your gold up in the air.
Put your diamonds in the air.
And wave ‘em like you just don’t
care.
'Cause baby, I wish I was.
I wish. I wish. I wish. I was rich.
Baby I wish. I wish. I wish. I was rich.
My Drive Rules Everything Around Me.
'Cause baby, I wish I was.
'Cause baby, I wish I was.
Rich, rich, rich. Yeah.
'Cause baby, I wish I was.
'Cause baby, I wish I was.
Rich.
난 마음의 부자가 되고 싶은데
지갑을 열지 못해 마음을 계속 쓰게 돼.
'Cause baby, I wish I was.
'Cause baby, I wish I was.
Rich, rich, rich. Yeah.
'Cause baby, I wish I was.
'Cause baby, I wish I w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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