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박현정 대표의 막말, 성추행으로 사무국 직원들이 대표의 파면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떴다. 그게 사실이라면 파면의 이유가 충분히 된다. 그런데, 많은 기사 중에 이런 제목이 거슬린다.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막말 논란... 알고보니 서울대 하버드 출신 ‘재원’”
이 글을 쓴 기자는 반대로 서울대와 하버드를 깔려고 제목으로 쓴 것일까, 아님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독한 학벌지상주의에 기대어 클릭 수를 높이려고 한 것일까. 후자라면, 충분히 박현정 대표의 이미지 세탁을 할 수 있는 건더기가 된다. 심지어 이 글을 쓴 기자는 박현정 대표의 화려한 약력을 줄줄 읊으며 ‘이런 재원인데, 한 번만 봐줘’라는 식으로 칭송인지, 까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글을 써놨다. 요새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많이 부르던데, 정말 기레기스런 글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성추행과 학벌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님 핵심을 모르거나.
관련 기사 http://www.aha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3817
얼마 전에도 김태우 부인이 소속 가수에게 부당한 대우를 가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거기서도 한 기자가 김태우 부인이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서울대 연구원을 거친 고스펙자, 재원이다, 라고 기사를 썼다.
관련 기사 http://www.dailian.co.kr/news/view/472572/?sc=naver
사실 ‘재원(才媛)’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칭하는 말로, 나이 많은 박현정 대표나 재주가 뛰어난지 학벌만 좋은지 알 수 없는 김태우 부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정말 재원이라고 치자. 재원인 그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일삼았다면 잘한 일인가? 학벌 좋고 인격 부족한 인간들이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은 분노해야 할 일이고, 슬픈 일이다. 그래서 오늘 박현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사무국 직원들의 분노가 바람직한 이유다.
또 기자들이 사회현상을 객관적이고 바르게 판단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했으면 하고 바라지도 않는다.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듯 자극적인 제목과 기사를 좀 줄였으면 좋겠고, 굳이 정보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쓸 데 없는 기사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쩔 땐 포털 사이트에 쓰레기 더미로 가득해 눈을 둘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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