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1일차-1
: 2014년 1월 30일
2013년 연말부터 2014년 연초까지 지나친 업무량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나는 옆에 앉은 친구(‘회사 동료’를 ‘친구’로 부를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다)와 짧은 설 연휴에 해외로 도피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박 4일이었고, 짧은 시간 동안 다녀올 곳을 찾다가 중국 상하이를 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중국은 가깝고, 상하이는 중국에서 온도가 높은 곳이고, 가격도 싸서 우리에게 알맞은 여행지였다. 우리는 여행사를 끼지 않고 우리끼리 자유여행을 했다.
김포공항에서 낮 12시 비행기를 탔다. 마치 약간 큰 시외버스 같은 크기에 중국동방항공. 기내식도 비프(beef)밖에 없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비행기를 탄다는 마음에 잠도 안자고 들떠 있는 동안 낮 1시에 상하이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2시간인데, 시차 때문에 상하이 시간으로 1시였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공항과 연결된 지하철을 탔다. 10호선. 우리가 묵을 호텔과 가까운 ‘난징둥루(南京东路)’역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상해의 지하철 환경도 한국과 다를 바 없이 훌륭했다. 자동으로 지하철 카드 뽑는 것도 같고, 찍고 들어가는 것도 같다. 심지어 세이프도어까지 같아서 한국 지하철인 줄 착각할 정도. 단 하나 완전 다른 것이 있는데, 개찰구를 들어가기 전에 ‘공안(중국의 보안 경찰)’이 가방 검사를 한다. 공항에서 열감지하는 것처럼 가방을 내려놓고 통과가 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지하철 입구에서 똑같은 검사를 한다. 테러 때문인가.
지하철을 타고 꺼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아이폰은 자동으로 중국 전파를 잡았으며 시차도 한 시간 느린 시간으로 나왔다. 그리고 통신사로부터 여기서 데이터를 쓸 경우 얼마가 나오는지에 관한 문자와 위험할 때 걸으라고 외교부 전화번호를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 스마트폰을 쓰고 난 뒤 한 번도 해외를 안 나갔더니 자동 로밍 되는 것이 신기했다.
지하철은 앞사람과 간격이 좁고 의자도 우리나라보다 작았다. 전체적으로 긴 의자에 여러 명이 앉는 우리나라 지하철과 달리 다섯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여러 개 나눠서 이어져 있었다. 손잡이 모양도 귀여웠다. 요금은 4위안(500원 정도).
지하철에서 내려 보니 호텔까지 걸어갈 거리가 아니었다. 택시를 잡아야 했다. 친구는 마치 한국에서 택시를 잡듯이 택시를 잡았다. 호텔로 가달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말도 영어도 통하지 않았다. 택시기사님은 중국 말밖에 못했다. 우리나라 택시기사님들은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도 하던데. 들고 간 여행 책에 나온 포강반점 위치를 보여줬다. 외국어는 못하지만 마음씨 좋은 여자 기사님은 우리를 호텔까지 잘 데려다 줬다. 요금은 14위안. (1,500원정도)
호텔 앞에 내리자마자 벨보이가 짐을 들어줬다. 사실 ‘소년’은 아니었고 ‘아저씨’였다. 맘씨 좋아 보이는 아재. 프런티어로 가서 한국에서 예약한 종이를 내보이기도 전에 여권을 달라고 해서 여권을 줬더니 그들은 능숙하게 예약자 이름을 찾아냈다. 우리는 3박 요금 1,469위안(15만 원 정도)을 지불하고 우리 방으로 갔다.
방으로 가는 길에 인터넷에서 본 역사 깊은 호텔의 사진들이 보였다. 우리가 묵는 ‘포강반점(浦江版店, The Astorhouse hotel)’은 1846년에 지어져 찰리 채플린, 아이슈타인도 묵었을 만큼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물론 내부는 현대식으로 다시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깔끔하고 좋다. 대신 가구나 천장 같은 것이 오래되어 앤틱하다. 단점은 우리가 묵은 방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면 더러운 뒷골목이 보인다는 점. 호텔은 전망이 좋아야 비싼데, 우리 방이 싼 이유는 전망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갔으니 전망 따위 알 턱이 없었다. 화려한 상하이의 뒷모습을 보는 듯해 찜찜했지만, 그래도 내부 시설이 좋아서 합격. 아무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주변을 걸어서 돌아봤다.
우리가 묵은 곳은 ‘와이탄(外灘)’ 지역으로 와이탄은 ‘동방의 파리’라 불린다. 중국의 식민지 시절, 지어진 유럽풍의 건축물들이 줄 지어 있는 강가다. 강의 이름은 황푸. 그 강을 건너는 푸동이 보였다. 푸동은 상하이 세계금융센터와 상하이의 상징 동방명주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마치 여의도 금융센터들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여의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건물들이 훨씬 크고 높았다. 하지만, 친구와 나는 여의도에서 도망쳤는데, 또 여의도라며 대도시인 상하이에서 휴식을 잘 취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했다.
동방항공 안에서. 이륙하기 전 내 배낭으로 인증샷.
공항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 길
중국 지하철 10호선 안.
지하철에서 가방 검사.
중국 지하철 개찰구. 우리나라랑 똑같다.
미세먼지가 많아 뿌옇게 보였던 첫 날 와이탄 거리. 강 건너 동방명주 및 세계금융센터.
중국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날씨가 나쁘다고 표현하던데.. 진짜 그랬다.
가까운 곳은 잘 보인다.
해가 저물어 어둑해지는 와이탄 거리. 아름다운 유럽양식의 건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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